루비와 블루

루비는 3살 된 갈색 푸들, 블루는 5살 된 말티즈. 루비와 블루가 우리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루비와 블루를 찍지 않는다.


( °͡ ͜ʖ ͡° )

2020년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인류는 코로나바이러스를 감각하고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데도 말이다.
지구 곳곳에서 코로나와 관련된 소식들이 들려온다
코로나에 이미 감염된 사람도 있지만, 코로나 자체를 믿지 않는 사람도 있다.
코로나를 믿지 않는다는 말은 재밌다. 바이러스가 믿음의 문제처럼 느껴져서.
A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라고 가정했을 때,
‘A가 이곳에 있다’는 말은 모든 사람을 설득하기에 충분치 않을 수 있다.
하지만 A가 이곳에 있다는 말로 인해 생겨나는 온갖 의문과 상상, 벌어지는 사건과 이야기는
A를 다른 의미로 있게 만든다. 보이지 않을 뿐.


다시 ⟨루비와 블루⟩

루비와 블루, 그리고 윤이와 료스케는 각본 ⟨루비와 블루⟩를 무대에서 플레이한다.
각본 ⟨루비와 블루⟩는 서로 먼저 할 때까지 기다리느라 동시에 하는 것을 실패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이 각본 ⟨루비와 블루⟩를 플레이하는 동안 카메라를 든 세 사람이 돌아다니며 무대를 찍는다.
루비와 블루, 그리고 윤이와 료스케는 절대 찍지 않는다. 물론 카메라를 들고 있는 서로를 찍어서도 안 된다.
그 모든 것이 동시에 벌어진다.
아무도 보지 않지만, 찍히지도 않지만, 잘했는지 검사받을 일도 없지만,
윤이와 료스케 그리고 루비와 블루는 각본 ⟨루비와 블루⟩를 최선을 다해 플레이한다.
그동안 카메라를 든 사람들은 오직 무대만을 담으려고 노력한다.
혹시라도 눈앞의 대상들을 찍을까 봐 두려워하고 조심하며.


양윤화, ⟨루비와 블루 (루비는 3살 된 갈색 푸들, 블루는 5살 된 말티즈. 루비와 블루가 우리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루비와 블루를 찍지 않는다.)⟩, video,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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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루비와 블루’

양윤화

양윤화는 몸과 텍스트, 시간이 얽혀있는 상태에 관심을 가지고 퍼포먼스, 영상, 사운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A와 B가 동시에 있는 상황에 발생하는 이야기와 각종 오류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를테면… 당신이 이 문장을 지금 읽고 있다면 우리는 지금 이 문장을 동시에 읽고 있는 게 된다. 나도 지금 쓰면서 읽고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