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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흰담비들⟩, 2020, 싱글 채널 비디오, 7분 2초


⟨흰담비들⟩은 미술관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 노동자에 대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필름이다. 이 영화는 나와 함께 미술관에서 일했던 동료들과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구상되었다. 불안정한 노동 환경을 참으며 살아가는 젊은 여성들을 아동 소설인 소공녀에서 발췌한 구절을 인용해 그리며, 영화는 용돈 벌이를 위해 중랑천에 흰담비 사냥을 나가는 한 여성을 보여준다. 단기 계약과 파트타임 일거리를 옮겨다니는, 고등 교육을 받은 젊은 여성 노동자들은 흰담비 코트를 입은 소녀일 수도 있지만, 그 자기 자신이 코트의 재료가 되는 흰담비일 수도 있음을 영화는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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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교에 도착하니 지윤정이 수풀 속에서 무언가를 찾다가 자전거의 플래시라이트를 보고 곧바로 일어섰는데 이미 겉옷에 피가 조금 묻어 있었으며 손에는 커다란 덫을 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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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등 뒤로 맞대고⟩, 2020, 싱글 채널 비디오, 7분 32초


⟨등 뒤로 맞대고⟩는 모두가 돌봄을 필요로 하거나 돌봄을 수행하는 이가 된 시대에 대한 퍼포먼스 필름이다. 이 영화는 개인의 삶을 전부 이해할 수 없는 한계를 인지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밤거리를 걷는 누군가가 특수청소업체의 직원과 통화를 이어간다. 한밤중에 일을 하고 있는 특수청소업체의 직원이 이 전화를 받는다. 이 둘은 고장나서 열 수 없는 냉장고에 대해 이야기하며, 밤거리를 ‘업어 점프’하며 지나간다. 창문을 통해 퍼져 나오는 빛을 아무리 쳐다봐도, 우리는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삶을 속속들이 이해할 수 없다. 이 둘의 관계는 관객에게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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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집은 당연히 내려갔다…

먼저 텐트에서 매일 같이 지냈던 J, 너는 나한테 소설책 값을 아직도 안 물어 줬다…




이주연

이주연은 영상과 드로잉, 텍스트를 통해, 병적인 외로움이 가지는 정치적인 영향을 기록하고 시각적으로 구성한다. ⟨골든 위크⟩(2018)와 ⟨윗치 완더 휘슬⟩(2019)을 연출했으며 온라인 문학 플랫폼 던전(http://www.d5nz5n.com)에서 시와 소설을 연재했다. 현재 런던에서 영국왕립예술학교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