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권세정은 2016년 가을부터 엄마의 몸에 캠코더를 달아 주 1회 촬영을 진행했다. ⟨우먼 인 더 미러⟩(2017)은 촬영분 중 딸과 다투고 나서 거울 속 자신과 사투를 벌이는 촬영자의 모습을 담았다. 화장실 거울은 분주한 손과 격양된 표정에 평이한 톤으로 비난의 언어가 겹쳐진다. ⟨리액션⟩(2019)은 엄마에 대한 딸의 반응을 추출한 것으로, 언쟁의 내용이나 맥락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가 부재한 가운데 흔들리는 엄마의 관점에서 관찰되는 즉각적인 반응에 시선을 고정한다.
권세정
“엄마와 딸”과 같은 가부장제 내 피해자라고 말해지는 여성 간의 관계에 관심을 두고 진행한 작업이다. 여성 커뮤니티 내에서의 연대와 실천, 오해와 충돌, 그리고 여성이 내재화한 미소지니와 굴절혐오를 작가 본인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그리고 동시에 인터넷 커뮤니티 리서치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02.
삼면화로 구현된 ⟨LDR-ASG⟩(2020)*는 잠들어 있는 사람을 가까이에서 비추는 한편 이미 오프라인 상태에 돌입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상대방에 닿기 위한 여러 경로를 탐색한다. 상대방과 거리와 시차를 극복하기 위해 콜라 초깊이 시추공, 팬픽션, 유전자 전달 등을 고려하는 사이 라틴어 성가곡이 휴대폰의 강화 유리를 입자 단위로 찬양한다. * ⟨롱 디스턴스 릴레이션십⟩(2018), ⟨알루미노 실리케이트 유리⟩(2018) 합본
관측하는 상태에 따라 가변적으로 변하는 존재감에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신체와 시공간이 맺는 관계, 그중에서도 통증이나 질병, 노화에 의해 늘어나고 줄어드는 신축성 있는 시간과, 신체의 속도와 위치에 따라 변하는 유동적인 공간에 주목하고 있다.
03.
백수현은 피상적인 것에서 깊은 감동을 느끼거나 상투적인 행위에서 생생한 느낌을 받는 역설적인 경험을 작업의 출발 지점으로 삼는다. ⟨Wearable Fantasy⟩(2017)는 집에서 운동을 하고 메이크업을 하는 여성의 몸을 클로즈업하여 미끄러져 가는 시선으로 보여준다. 그 와중에 내레이션은 그녀의 몸이 그녀 자신의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로써 ‘자신의 몸’과 ‘재현된 몸’ 사이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탐구한다: 자신의 몸은 온전히 자기 자신의 소유일까? 우리의 육체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을 때, ‘육체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어떻게 싸울 수 있을까?
백수현
다소 민망할 만큼 직설적인 이야기를 해야만 하게 됩니다.
04.
⟨Something in line+background⟩(2017)는 화면을 분할하는 검은 프레임을 기본 템플릿과 그 내부를 움직이는 아이콘으로 구성된다. 검은 선은 화면 안과 밖을 구분하여 무언가를 내부에 가두기도하고, 퍼즐이나 만화의 칸이 되기도 한다. 여러 아이콘 – 물고기, 소녀 일러스트, 돌고래 정체불명의 형상 등 – 은 프레임을 벗어나겠다며 움직이지만, 프레임은 아이콘과 충돌하여 이를 변화시키거나 흡수해버린다. 아이콘이 내뱉는 말은 바깥으로 쏟아져나오기보다 자문자답에 가깝게 전개되고, 새날, 새해에 대한 막연한 희망의 노래가 미끄러져 간다.
시간이 존재하는 드로잉에서의 요소들에 주목한다. 텍스트나 상황, 때론 공간 그 자체가 의인화되어 칸 만화의 매체를 비유한다. 이들은 드로잉 안에서 상호작용하며 서로의 역할을 재편집한다. 평면드로잉에서 나아간 영상은 캐릭터가 된 요소를 포함한다. 이 이미지들은 화면상에서 만들어지는 도중의 상태이며 계속 변화한다.
05.
최보련의 ⟨인간 생활 동반자1⟩은 온라인 데이팅 어플리케이션 상에서 자체 업데이트가 가능한 고성능 기계로 정체화한 한 헤테로 남성 유저의 자기 소개를 자기기술(automatism) 서사의 일종으로 풀어낸다. 주체적 업데이트가 가능하다고 자부하는 남성 인간 생활 동반자는 송신자에서 수신자로, 다시 송신자로 돌아오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헌신짝처럼 유실되는 정보까지도 인덱스화 하고자 노력한다. 한편, ⟨인간 생활 동반자2⟩는 “‘광섬유 다발처럼 희어진 머리카락’이라는 문장에서 계시를 얻어, 전지구적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하는 해저 광섬유 케이블, 아라미드 섬유 제조의 영업 비밀을 둘러싼 코오롱/듀폰사의 법적 분쟁, 그 섬유의 방검 기능 혹은 칼의 성능을 프로모션하기 위해 훼손되는 휴먼의 형상, 활꼴형 욕망 그래프, 그리고 의류 광고의 이성애 로맨티시즘을 중첩시키는, Rare Silk의 ⟨Storm⟩에 대한 장황한 뮤직비디오”로 제시된다.
최보련
매체연합을 통해 증폭된 정념이 고해상도의 소음으로 드러나는 순간을 관찰한다. 그룹전 ⟨구부러진 안팎⟩(탈영역 우정국, 2018), 개인전 ⟨While True: do /virga⟩(온수공간, 2020)에 참여했다. 노뉴워크(nonewwork)의 동료들과 『재-관람차』(2019)를 함께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