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대로 생각하세요
〈뜻대로 생각하세요〉, 퍼포먼스, 20분, 2018 (〈〈스탯 베타〉〉, 2018.12.17,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술관 다빈치관)
무겁지만 가벼운
꽃, 장신구, 비즈, 보석, 반짝이에서 드러나는 재료의 가벼움이 커다란 부피를 가지며 무거워 보이기를 지향한다. 제어할 수 있는 신체적 한계 안에서 조각의 크기와 재료를 결정한다. 재료가 가진 가벼움이 부피에서 드러나는 무거움으로 덧씌워지며 부딪치는 양립 요소를 드러내고자 한다. 재료의 특성은 반대되는 요소와 만나며 제 3의 지점을 탐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된다. 상충되는 요소는 형태를 만드는 중요한 단서로 작용한다.
거대하고 화려한
나는 고전적인 도상과 신화에서 영감을 받아 조각을 만든다. 이상향에 대한 갈망을 투사할 대상을 고전에서 찾고 있다. 롱기누스의 창과 살로메는 불가능이 없는 파괴적인 힘을 갖고 있다. 나는 그런 힘을 휘두르는 전투적인 행위에 쾌감을 느낀다. 나의 이상향은 아름답고 화려하고 싶은 욕망과 거대해져서 무엇이든 이겨버리는 물리적 힘을 향하고 있다. 강한 제스처, 화려함,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내게 늘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거대하고 화려한 조각에 대한 이야기이다.
살로메
단 한마디의 말로 요한의 목을 쳤다. 목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액체가 넘치는 살덩이를 쟁반 위에 올려놓고 들어 올린다. 만족일까 행복일까 또는 충격일까. 죽이고 싶었던 남자의 목을 쟁반 위에 올려놓고 살로메는 과연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었을까. 이것은 살로메가 왕에게 헌정하는 아름다움 춤을 춘 뒤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겠다는 왕의 말로 인해 일어난 일이었다. “요한의 목을 쳐라!” 이 조각은 살로메라는 공주가 정치적인 힘을 위해 혹은 사적인 감정을 풀기 위해 매혹적인 춤으로 사람들을 홀려내고 그 대가로 남성의 죽음을 얻어내는 이야기에서 출발한 것이다. 나는 요한의 목이 잘린 후에 살로메가 요한의 목을 들어 올렸을 때를 상상한다. 이는 원하는 이의 죽음을 직접 손 위에 얹고 살로메가 응시하고 있는 찰나의 요한의 모습이다.
뜻대로 생각하세요
꽃에 대해,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한다. 등장하지 않는 꽃은 상징으로서 그의 이야기를 매개한다. 루이지 피란델로(Luigi Pirandello)의 〈뜻대로 생각하세요(1916, 원제: If Is so, If You Think It Is)〉라는 희곡에서 차용한 제목으로, 극은 폰자라는 여성이 누구의 아내인지에 대해 설전을 벌이며 전개된다. 꽃에 대해 얘기하는 여자는 피란델로의 희극 처럼 논란과 미지의 대상으로서 낙관과 비관, 진실 사이에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말하며 타인의 시선을 거부하는 인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