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ercca လက်〉

⟨Rebercca လက်⟩, text, incense, hohoba oil, pigment, plaster clay, paper,
glass, resin, plastic and e.t.c., dimensions variable, 2019

박 보 마

http://fldjfs.wixsite.com/qhak/home
http://wtm-boma.com


fldjf는 박보마 가 운영하는 반가상의 스튜디오이다. 스튜디오의 작업은 대체로무엇을 어떻게 가질 것인지, 절대로 가지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이루어진다. '빛을 가지는' 일이 쉽게 실패하고, 물질에서 미끄러지면서 가상의회사, 스튜디오 형식과 웹 페이지 프레젠테이션 방법이 모였다. 작업물은 이벤트, 반-가상의 서비스 등을 표방하며 여러 형식과 매체를 통해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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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Rebercca လက် (of The False Sacrifice by Rebercca လက်) and The Cost (2019.6.20.-2019.7.4., Gallery SP)에서 특별히 향, ‘레버카’라는 인물, 그리고 장식적 요소들이 두드러졌다. 그렇지만 이전 작업에서도 이런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가령 이번 전시의 전제가 된 설정은 비치된 팸플릿에 적혀 있듯이 레버카가 향을 만들어 시연한다는 이야기이고, 전시장에서 레버카가 만든 향을 테스트해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이전 전시에도 향을 쓴 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령 아트선재 오프사이트에서 진행한 퍼포먼스(《룸 프로젝트: BCSMOFSLSM fldjf》, 2016)나 아카이브봄에서의 개인전(《화이트의 가짜 노력, 유리 에메랄드 프리 오픈》, 2017)에서 특유의 향을 느꼈다. 이번 전시에서는 향을 매체이자 전시의 동력으로 삼았는데, 이런 선택에 계기가 있었는지?

B   향수가 만드는 상상력, 향수의 존재 방식에 매혹되고 공감하는 면이 있다. 향수는 지금까지 진행해온 설치와 퍼포먼스에 자주 등장한 리본, 스티커, 인쇄물-설치, 장신구-드레스 등의 물건 혹은 시각적 요소가 갖고 있는 주변적 속성 - 액세서리의, 낱장의, 속이 비어있는, 순간에 반짝이는, 부피의 - 과 비슷한 성질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시각물이 아니다. 그리고 속과 겉의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시각보다 무딘 감각을 통해 지각하고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다르다는 지점이 흥미로웠다. 시각적인 것보다 순수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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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향수 보틀에 동봉된 설명서처럼 생긴 팸플릿에 레버카가 등장하는, 깨져있지만 환상적인 이야기가 등장한다. 전시 제목이나 홍보문구와 같은 텍스트도 특유의 비틀거리는, 파편적인 언어로 쓰였는데, 하나의 이야기로 길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글쓰기의 과정이 궁금하다.

B   ‘레버카 손Rebercca လက်’과 (가상의)향수 ‘The False Sacrifice’를 지난 테이스팅 룸에서 선보였을 때 실제로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퍼포먼스를 통해 존재하지 않는 향수를 실제로 소개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퍼포먼스는 ‘연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참가 신청을 받았지만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작업실에 앉아서 퍼포먼스 혹은 극을 상상하다가 향수를 소개하는 사람의 역할을 통해서 미친 것처럼 깨진 말을 읊조리기 시작했고(이전 작업에서 광고문구를 표방한 듯한 표어도 거의 이런 과정을 통해 나왔다) 그 말을 그대로 타이핑하여 대사로 적기 시작했다. 이렇게 글을 쓰며 이번 전시의 짧은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향수를 소개하는 사람, 향을 맡으러 온 게스트 등 허구의 인물들이 글로 구체화되면서 향수가 실제로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Q   그렇게 등장한 향의 제작 과정은 어땠는지? 애초에 어떤 향을 원했고, 원한대로 잘 구현이 되었는지, 그리고 그 향을 전시장에서는 어떻게 사용하려고 했는지 궁금하다. 향을 사용함으로써 전시장 전반의 무드를 어떤 방식으로 조정하고자 했는가?

P   향의 존재와 ‘레버카 손’이라는 존재가 글과 작업 내부에서 일치한다고 판단했고, 향은 최대한 레버카 손을 묘사하며 다가갔다. 이 과정에서의 작업은 관념어를 추상적으로 그리는 작업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마치 ‘사랑’을 그려보세요” 라고 했을 때 “사랑은 따뜻하기도 하고, 바람 냄새가 나기도 한다…”라고 생각하면서 이미지로 표현해내려고 하는 것처럼. 이런 방식은 현대 미술 언어에서는 상당히 지양되어 온, 믿기 어려운 ‘순수한 표현’이라고 느꼈고, 그래서 오히려 흥미로웠다. 향의 베이스는 조향사가 진행했다. 전시를 위해 쓴 텍스트 중에서 레버카 손을 묘사한 부분에 대해 먼저 설명하고, 그 느낌에 더불어 아주 남성적인 향을 부탁했다. 조향사가 만들어준 베이스에 내가 느끼는 레버카 손을 추가로 묘사하며 진행했다. 언어로 풀었던 키워드는, ‘건조함(건조한 살결), 습기 찬 열기, 바람, 잘린 팔의 밑 단면…… 검정색 사람, 근육질, 약간의 부드러움, salty’와 같은 것이었다. ‘이거다’ 싶은 마음으로 완전하게 구현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근접한 정도였다. 향은 주로 전시장의 석고 점토 오브제에 뿌려 레버카 손의 손과 팔을 암시하는 오브제가 인센스 홀더처럼 향을 지속시킬 수 있게 했다. 향만으로 전시장의 무드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었고, 글, 오브제, 전시장 등 전시를 이루는 형식과 매체가 각자의 역할로 무드를 형성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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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전시장에 석고, 종이 등 여러 재료로 된 장식품/작품들이 바닥이나 벽, 좌대의 다양한 높낮이에 펼쳐져 있었다. 제작할 때 전시장의 공간적 특징이나 컨디션으로부터 영향을 받거나 이를 염두에 두고 진행했는지? 공간이 가능하도록 하는 장치와 불가능하도록 하는 장치가 설치에 영향을 주었나?

P   전시장의 공간적 특징이나 조건이 작품 제작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 전시의 스토리텔링 및 디스플레이를 위해 추가되거나 빠지는 경우는 있었다. 내 작업은 대체로 원래 공간의 용도나 의도와 다르게 끼어들고, 어지르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끼어들 만한 지점을 갖추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공간은 심미, 조건, 그리고 사건적인 요인을 위한 (약간 멍청한) 배경 담당한다. 이와 같은 요인은 개념적인, 제도적인 요인과 다르게 여유 혹은 여지가 있다.

Q   지금까지 작품들은 계열마다 대응되는 인격/자아가 있었다. 분명하게 단절되는 인격들은 아니지만 공간을 장식하는 fldjf studio, 퍼포머 dancer qhak, 몸에 착용하는 액세서리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WHITE MEN DECORATION & boma 등이 나름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레베카 손’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 인물이 필요했던 맥락이 있었나? 레버카 손은 dancer qhak나 WHITE MEN DECORATION & boma 등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P   글쎄, 나도 한번 짚어보고 싶다. 댄서 qhak의 경우, 회사에 종속되어 회사를 광고하는 공연을 하며 현 세계의 ‘fldjf studio’라는 에이전시를 통해 활동하는 캐릭터로, 반사체로 은유되기도 하고 여성-자아를 드러낸다. 반면에 레버카 손은 독립적이며, 우울하고, 우아한 모습을 하고, 신체적인 조건은 남성의 모습과 가깝게 묘사된다. 또한 성적 자아와 인종이 불분명하기도 하다. 참고로 ‘화이트멘 데코 앤 보마’라는 이름은 뉴욕에 있을 때 큰 하얀 화병을 보고 문득 백인 남성을 저렇게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만들어냈다. ‘화이트멘 베이스’ 드로잉 시리즈를 통해 생각했던 것이 브랜드이자 프로젝트 이름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분명 이전 여성 자아와 관련한 이야기와는 다른 맥락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R은 손끝부터 팔의 중간까지 없다. 그는 어두운 피부를 가졌고 키가 크다. 피부는 아주 어두워 검정색에 가깝다. 그의 콧볼은 작고 동그랗고 눈은 깊다. 그의 눈동자는 연한 에메랄드 색이다. … 목이 긴 체형의 … 그는 매우 근육질이다. 그의 손은 크고 그의 성기는 … 아주 넓고 어두워 보이지 않는다. 그의 허벅지는 23inch이다. 그는 검정색의 달라붙는 미니 스커트와 턱까지 올라오는 얇은 민소매 니트를 입었고 얼굴에 화장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의 손톱은 길고, 입술에 연한 주황색의 립글로스를 발랐다. 아무 것도 바르지 않은 피부에 윤기가 도는 그의 미소는 느리고 여유롭다. ... 우선, … 겨기보시면 우리 글 향수 라벨이 얼만 어쩓ㄹ헥 됐ㅇ는짇 알ㄹ수 있어서 손ㅇ 이랑 팔이 없어져서 레버콘은 러비상ㅇ 탱나옸고 체존수 여고 … 그체수 ㅈㄷ고쳐쿄 그래서 설명을 드리면 여기 해달네 … 체크를 해주구 햄ㅈ ㅆ움ㄴ ㄱ여기도 이제 그런건데 아마도 그렇습니다! 만족 하실 거, …저희 무상으로 서비를 해썽ㅆ고 지금도 생각중인데 그래서 캐롯먹었어요 … 캐롯 먹었고 에코적으로 그런것들 했었느데 저희 … 향수가 계좌로 붙이고 돈을. ㄱ확인 후에 저희 ㅈ배옿ㄷ재드리고 우리 향수가 네츄럴 한 장연 유래로써 ㅗ만들어져써 었고, 손이 없어졌어ㅛㅇ. 손이 없어쇼;ㅐ0 만둘 슈애서 생각 … 생각했어요 … 없어져서 다 마셔버부어버리고 체조들했어욕 제가 지금 도쿄에 있는 the false sacrifice는 1980년도에 완전히 완전히 어서오세요 … 이리로 잠시 오시면 되는데 여기에 체클 해주시면, 되요.
(“The False Sacrifice Presentation Night” 중)

Q   특히 레버카는 인종과 젠더가 혼종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이러한 설정의 이유가 궁금하다. 여성성/남성성의 경계에 대한 의문이었을까, 아니면 양쪽을 더 분명하게 보려는 시도였을까?

P   처음에 그려진 레버카 손은 더욱 여성적인 존재였다. 내가 공감하면서도 매혹적인 존재의 이미지를 따라가며 이야기를 쓰다 보니 결과적으로 처음 시작한 이미지와는 많이 달라졌다. 그사이에 내 작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큰 개념 중 하나인 섹슈얼러티에 대한 고민의 가지와 결을 달리하는 시간을 거친 것 같다. 글은 2년에 걸쳐 썼다. 여성성/남성성의 경계나 그 반대를 이야기하기 위한 이유였다기보다 권력에 대한 욕망이 더 드러난 결과라고 느끼기도 한다. 댄서 콱이 거세된, 물건에 비유되는, 수동성의 맥락으로서 건물과 대치하는 모습이라면, 건물의 남성성, 도시, 서구의 맥락을 품고 있지만 그 반대를 가지고 있는 존재를 그리고 싶었다. 작업을 통해서 아주 둔한 이분법에서 출발하고, 그 이분법이 스스로 흐트러지도록 하는 일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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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전시에서는 리셉셔니스트 보마, 화이트멘데코레이션 등 기존 계열의 자아들이 함께 전시를 만들어가는 것 같았다. 앞으로도 여러 계열/자아들의 혼용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

P   그렇다. 현재 가상의 (구체적인) 회사를 구상하고 있다. 언제 발표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회사 이름은 ‘Sophie Tulips Ylan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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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그와 팸플릿 구매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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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조현설, WTM decoration & boma의 사진과 이상엽,
Fiona Weern (유지원 번역)의 글이 실려 있으며, 아래의 전시 팜플렛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6pages, price 25,000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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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설명, 향수 안내, 이미지, 전시 안내와 작업의 짧은 글
‘The False Sacrifice Presentation Night’이 포함된 작은 팸플릿입니다.
전시 설치와 작업 전체를 통괄하여 담고 있습니다.
price 10,000won

구매 의뢰: https://www.wtm-boma.com/about-cont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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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행: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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